미국에 유학을 가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본인이 대학에 진학 한 뒤 20살 때 쯤이었다. 외국의 고등학교에서 카이스트로 진학한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많은 외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러면서 그런 생활을 동경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실망만 가득했던 학교 생활의 탓도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좋은 교육, 그리고 전세계를 누비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나는 유학을 가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왜 미국이었을까? 미국은 내가 배우는 학문의 최정점에 있는 나라이다.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학과의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가르치고 계셨다. 학과의 전공서적은 거의 대부분이 영어로 된 미국 교수들이 쓴 교과서였고 대부분 유명한 교수들은 미국의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었다. 이런 배경이다 보니 당연히 내가 가서 공부하고 싶은 가장 좋은 나라는 미국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일하는 것에 적잖아 실망을 했다. 중소기업에 몇년동안 있었지만 대기업과의 일도 상당히 많아서 그 곳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있었다. 우선은 갑과 을 관계. 협력 업체의 입장에 있었기에 대기업이 하라면 무조건 해야 되는 압력을 체험하면서 사람들이 취업 재수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대기업에 가려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술과 담배가 동반되는 회사 문화는 나에게 다른 나라에서의 취업을 더욱 꿈꾸게 하였다.
하지만 미국 취업이 가능할까? 이 질문을 가지고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씨름했던 것 같다. 유학은 어떻게 가더라도 내가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사람들과 경쟁해서 미국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예 유학은 좀 더 쉬울 것 같았다. 유학 간 선배들, 그리고 친구들이 있기에 선례를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영어도 잘 못하는데 과연 노력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울 수 있을까?
유학을 2번 실패하고 나서 영어도 배우고 미국 생활도 한번 알아볼 겸 해서 아리조나의 Tucson이라는 도시에 있는 University of Arizona에서 어학 연수를 했었다. 이 대학으로 간 것은 서울대에서 지도 교수님의 모교이기도 하고 대학원 전공으로 MIS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분야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MIS 전공의 탑 스쿨이었던 그 곳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님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리조나에 있으면서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국 할머니와 같이 살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시리얼로 아침을 챙겨먹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다가 저녁에 오면 할머니가 매일 밥을 차려주었다. 저녁 시간은 온전히 할머니와의 대화 시간이었다. 이런 저런 많은 대화를 하면서 미국 생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나가게 되었고 가끔 만났던 미국 회사에서 일하던 한국 분들은 내가 미국 취업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아리조나에서 만났던 한 분은 한국에서 전혀 엔지니어링과 상관없는 전공을 하셨는데 개인적 사정으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유학을 오셨다고 한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셔서 나중에는 4년제 대학교로 편입을 하신 다음에 졸업을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조그만 회사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도 많고 영어로 부족하고 해서 많이 힘드셨다고 한다. 하지만 꿋꿋하게 일하시면서 실력을 쌓아 지금은 미국에서 유명한 방위 산업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계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남들이 하지 않았던 분야를 파고 들어서 그 분야에서 선두 주자가 되고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회사의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해서 직장 동료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 끼의 저녁 식사를 같이 한 것 뿐이지만 나에게는 미국 취업에 대해서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미국 회사 생활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사람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있으면 지레 겁을 먹게 된다.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하는데 괜히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쪽팔리지나 않을지… 아니면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닐지. 더구나 주위에 비슷한 사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가능성에 더 많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럼 어떻게 미국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본인이 경험하면서 정리한 8가지 사항들을 적어보았다.
1. 미국 취업은 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미국에서 내국인이 부족한 직종은 꼭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런 직종의 경우 그 직업에 적합성을 가진 외국인이 필요한 인적 자원을 공급해 주고 있다. 우리는 이런 기회를 파고 드는 것이다.
2.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전공, 직업까지 바꾸려는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한다.
: 문과 전공의 경우 공대 전공보다 직장을 찾는 문제에 있어서 더 많은 노력과 실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문과 전공의 경우 말과 글로써 먹고 사는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닐 경우 진입 장벽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10년을 전심전력으로 공부해도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을 뛰어넘지 못하는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넘을 수 없는 장벽의 존재 때문에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는 말기 바란다. 미국 사람보다 다른 장접을 지니면 이 장벽의 의미는 많이 퇴화된다) 공대 전공의 경우 영어로 된 서적과 문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문과 전공만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요구되지 않는다. 그래서 실력을 지닌다면 어떤 다른 전공보다 직업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사실이다.
3. 한국에서 어떤 학교를 나왔고, 어떤 직장을 다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 한국에서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도 한국 사람들이나 알아주는 것이지 미국 사람들에게는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의 한 대학을 나온 것 뿐이다. 특히나 회사를 다니면 내가 모국에서 나온 대학을 알고 있는 경우도 거의 없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다만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한 경우에는 그 미국 학교의 이름이 직업 선택에 있어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4. 영어는 중요하다. 하지만 직업에 따라서 그 가중치가 달라질 수 있다.
: 미국에 산다면 기본적인 영어 회화 능력은 필수이다. 또 직장을 구하는데 있어서 많은 인터뷰를 거쳐야 하므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직업을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영어를 잘 못한다면 그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능력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를 분석, 이해하고 프로그램 언어를 통해서 기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코딩 능력만 출중하고 영어를 완전 못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다니면 대부분이 팀 단위로 일을 하기 때문에 동료간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가중치가 기술적인 능력에 더 있는 것이다.
5. 미국 문화와 사람들을 알려고 노력하라.
: 미국에 유학와서 느끼는 사실은 한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끼리 많이 친하다는 사실이다. 같은 나라, 같은 언어, 같은 문화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인 만큼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아서 서로 친해지기는 좋지만 이것 때문에 미국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도 간과하면 안된다. 가능하면 미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을 나가서 얼굴을 익히고 살아있는 미국 생활 영어를 배울 기회를 찾기 바란다. 언어 측면만 아니라 이곳의 관습과 문화를 익히는 것도 나중에 삶에 큰 차이를 나게 할 수 있다.
6. 인터뷰 준비는 철저히 하라. 무조건 외우고 연습하라.
: 취업의 문턱을 넘는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 전화 인터뷰와 온사이트 인터뷰를 통과하는 것이다. 어떤 질문이 나오고 어떤 문제가 나올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와 질문들을 토대로 최대한 예측하고 자신만의 대답을 준비해 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영어로 되어 있기에 그 자리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스크립트를 만들고 “무조건 외워라”
7. 레쥬메와 커버레터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라.
: 3개월에 한번 정도씩 레쥬메를 정검하고 업데이트 사항이 있으면 반영하기 바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미 취업한 사람들에게 레쥬메를 보여주고 의견을 물어보고 고칠 사항이 있으면 고치기 바란다. 레쥬메는 취업 시장에서 첫인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종이 몇 장이 HR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서 전화 인터뷰로 연결되는지 아닌지도 결정이 된다. 지속적으로 더 눈에 잘 들어오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레쥬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8. 미국 현지 업체에 취업한 멘토를 만나라
: 본인은 미국 대학원에 유학 중일 때 미국 현지에 취업하고 계셨던 분을 만나게 되어서 지속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분 회사에 지원하는데 추천해 주시기도 하셨고 그 분이 아시는 다른 분들의 회사에도 추천을 받아서 지원하게 된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델에서 제일 먼저 연락이 와서 여기에 안착하게 되었지만 그 분의 충고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고마웠다. 레쥬메를 비롯해서 인터뷰 할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리고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의 차이까지 본인이 몰랐던 것을 하나씩 깨우쳐 주시면서 도움을 주셔서 결국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연히 들어오게 되어서 모든 글을 정독하게 되었습니다.
예일대학교 어드미션 글은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소름이!!
저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졸업까지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인데,
CS 관련 공부와 직업에 자꾸 관심이 가서 고민이 많습니다.
아리조나에서 만난, 커뮤니티 컬리지부터 다시 공부하셨다는 분 사례를 보니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꾸준히 블로그 방문해서 올려주시는 글들 읽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부모님의 파견직장으로 미국에서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다니다 귀화해서 고등학교 졸업한 인서울 문과생입니다.
진로를 탐색하면서 단순히 문과 전공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 것 같아
학점을 추가로 이수하고 이공계 학과로 편입 하려고 합니다.
미국 대학 인기 학과를 보니 10년 넘게 CS EE CE 그리고 의대의 인기가 오르더군요.
예전에는 법대와 경제학과가 인기였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1996-7 아시아 외환 위기와
2001-3 닷컴 IT버블(하드웨어)
그리고 2008 세계금융위기
지금은 google facebook 등 IT버블 – 소프트웨어 (제 예상입니다)
등 경제를 공부하면서 직업에도 유행이 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 지금은 IT 중에서도 소프트웨어가 붐라고 가정하면(개인적으로 페이스북 같은 공룡기업의 주가는 버블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초반인 제가 대략 8년 뒤 직업을 구할 때 즈음이면 어떤 직업이나 분야가 유망할까요?
요즘 진지하게 하고 있는 고민입니다.
CS를 생각해 보면 분명 취업에는 좋을 것 같지만 bubble이 터진다면 알짜배기만 빼고 퇴출될 것 같고 직업 수명도 (코딩을 진짜 좋아하지 않는 이상) 40대를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빨리 방향을 잡고 달려야 하는데…
고민이 많네요 ㅠㅜ
조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8년 뒤 유망한 직업이나 분야라고 하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산업이 바뀌는 것이 시시각각이라서 전망을 한다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고 잘못될 확률이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계속 뜨리라고 생각됩니다. 하드웨어 중심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미국이 점점 변모를 해가고 있고 인간이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쓰는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할 일은 많다고 봅니다.
적성을 한번 잘 생각해 보시고 다른 두 분야를 공부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공계에서 시작해서 문과로 갔다가 다시 전산으로 왔지만 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의 적성을 모릅니다. 글을 잘 쓰고 사람을 잘 설득할 수 있다면 작가나 변호사가 되는 것도 좋은 길이라고 봅니다. 꼭 소프트웨어 엔지니가 최고의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기 적성에 잘 맞는 것을 찾으셔서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시고 자기 만족이 있으면 어떤 분야를 선택하시든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